아까부터 넌
괜히 자꾸 눈만 굴리고 말이야
내 착각이었나
분명 넌 할 말이 있는 표정이었는데
나 그냥 집에 갈까
아님 여기 니 옆에 남을까
빨리 말해 봐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잖아
저기 오는 버스를 탈까
아님 실수로 놓친 척 할까
말로 안 해주면 난
아무것도 몰라
몇 시간이고 전화는 하는데
연락처는 그냥 이름으로 저장해놓은 사이
잘 들어갔냐고 물어는 봐도
집까지 데려다 주는 건 어색한 사이
아무래도 우리 둘 다
이런 거 말해도 되나
아니 그럼 싫어하려나
모르겠다
그냥 내가 먼저 물어볼게
나 그냥 집에 갈까
아님 여기 니 옆에 남을까
빨리 말해 봐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잖아
저기 오는 버스를 탈까
아님 실수로 놓친 척 할까
말로 안 해주면 난
아무것도 몰라
사실은 다 알아 니 마음
내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까 봐
그래도 꼭 니 입으로
듣고 싶은 게 있는데 어떡해
너도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만 말해주면
말해주면 안돼
어제만 해도 그래
거긴 우리 집 가는 길 아닌데
너랑 5분이라도 더
걷고 싶어서
원래 이러지 않는데
자꾸만 자신이 없어져 가 왜
우리 둘 마땅한 이름도
없는 관계로 남을까 봐
나 그냥 집에 갈까
아님 여기 니 옆에 남을까
빨리 말해 봐봐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잖아
저기 오는 버스를 탈까
아님 실수로 놓친 척 할까
말로 안 해주면 난
아무것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