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그리는 시월 (시인: 유경환)

유경환
앨범 :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29

한 마리 새
날아오면서 뚫어 놓은
하늘의 파이프로
머나먼 곳의 노래 여울져 온다
새,
나처럼 외로운 이가 날려 보냈을
낯선 새여
새는 한 바퀴 머리위를 맴돌아
가라앉은 가슴 물보라로 솟게 하는
머나먼 곳의 분수
혹시나
새의 주인이
날 닮지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한 마리 새
나도 새가 되어서
막힌 것을 뚫는 새가 되어서
노래만이 아니라
엉킨 것도 푸는 고마운 새 되어서
불타는 산속도 뚫어 가면서
불 붙은 날개로 사라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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