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경환 시
그 호수엔 말하고 싶어하는
숨은 이야기들이 있다.
말하고 싶어하는
간지러운 햇살 속 입술들.
지나간 세월은
먼 발치로 물러나 병풍의 봉우리로
옥색 산자락을 느리우고
호수를 아끼고 있다.
그 호수는
크낙한 레코드 끊임없이 바람이 돌려서
감미로운 가락은 물안개처럼
깨끗한 수초의 흔들림까지도.
호수에 담겨있는 건 뭘까
우리들이 잃은 건 모두가 말없이 흘러들어 고여 있다면
자유로이 헤엄치는 물고기로
나의영혼도 스며들 것인가.
밤 별의 목소리 가득히 가라앉기 전. 내 먼저 홀로라도
노을 휘감아 등불로 밝혀 들고
전설과 유혹의 휘파람이 속는 이 한세상의 쉬일 곳으로 삼으리.
그 호수가
말하고 싶어하는 숨은 이야기를 알겠나
부서지는 듯 부서지는 듯 살아나는
몸부림 다스리는 깊은 비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