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날려 보낸 편지는
구름이 흘린 눈물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내게 돌아와
망가진 도시 속 텅 빈 거리를 걸으며
이미 잿빛이 되어버린 역사를 되새겨
사람의 인생은 너무도 짧아서
누구도 같은 시간을 살지 못하고
나만큼은 영원할 것 같은데
그럴 거라 믿어왔어
한 세기가 흐르고 미래를 마주해
수많은 일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모든 것이 사라진 이 세계에
네가 없는 세계
긴 시간을 꿈꿔왔어 우린
어렸고 비좁은 세상에 갇혀 살며
하늘이 이리도 넓었던지
지금에서야 깨닫고 뛰쳐나와
너에게 날려 보낸 편지는
구름이 흘린 눈물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내게 돌아와
나는 보이지 않는 마녀라
너에게 닿을 수 없어
기다려왔던 답장은 또 받지 못한 채
빛바랜 도시 무너진 건물 사일 지나
희미하게나마 남은 너의 흔적을 찾아가
사람이란 너무도 모순적이라서
누구든 이기심을 가지고 태어나
나는 악이 아니라 자신하면서
그렇다고 속이면서
모두의 행복을 위해 희생해 줄래
보기 싫으니 이제 그만 사라져줄래
날카로운 말은 나를 벼랑 아래로
떨어뜨려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난
수많은 아픔과 죽음마저 겪었어
찰나의 시간 하찮은 선택
하지만 그것이 날 이리 살게 해
너에게 전하려 한 편지는
안개의 늪을 건너서
되돌아오는 것도 모른 채
눈앞은 하얘져
나는 형체가 없는 마녀라
너를 안을 수도 없어
기다려왔던 답장은 저 우주 너머에
아직도 그곳에 있니?
외로웠던 시간들은 하나하나가 모여
내 숨을 조이고
속삭임뿐인 세상에서
숨죽여 기도해 너에게 너에게
한 옛날이야기가 떠올라
내겐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이야기
행복한 나날은 한순간 부서져
환호 속에 파묻히고
소녀는 아지랑이가 되어 사라져
눈앞이 아찔해서 두 손을 꼭 쥐고
도시는 마치 저무는 노을처럼
녹아내려
너에게 닿지 못한 편지는
다시 은하수 너머에
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내면
이젠 네 앞으로
나는 시간이 멈춘 마녀라
몇 번도 참을 수 있어
너의 답장을 기다릴게 지금 날 봐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