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시의 노래
창백한 달
북동쪽 하늘에 떠올라
겨울밤이 아홉시에
머무는 까닭을 물었지
뜨거운 술잔에
말간 어둠이 넘치는 시간
밤 아홉시에 나의 노래를 들었어
그대가 부르는 나의 노래를
그대 목소리는 가락이 되고
나의 속삭임은 노랫말이 되어
내가 바다에 잠기면 그대는 심연
높은 파도는
우리에게 가락을 더해주었지
밤 아홉시에 너의 노래를 들었어
내가 부르는 그대의 노래를
나의 숨소리는 가락이 되고
그대 속삭임은 노랫말이 되어
그대가 섬에 닿으면 나는 안개
비바람 눈보라는
어김없이 우리에게
노랫말을 안겨주었지
모두가 떠난 자리는
적막 적막 적막
그 노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달은 어디로 숨었지
(그대 그리움은 가락이 되고)
무화과 숲은 너무 멀어
(나의 기다림은 노랫말이 되어)
왜 나는 여기에 있고 거기에 없을까
왜 나의 소리는 여기에 없고
거기에 있을까
모두가 떠난 자리는
적막 적막 적막
숨 막히는 적막에 얼굴을 묻고 묻는다
아홉시가 겨울밤을
찾아오는 까닭을 알려줄까
겨울밤이 아홉시에
머무는 까닭을 알려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