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천봉

박상옥
앨범 : 휘몰이잡가

만학천봉 - 박상옥
만학천봉 (萬壑千峰) 운심처 (雲深處)에
석벽 굽은 길로 미록 (미鹿) 타고 호로병 (胡蘆甁) 차고
저 (笛) 불고 불로초 (不老草) 메고
쌍 (雙) 상투 짜고 색등걸이 입고 가는 저 아희야
네 어디로 가자느냐 산 좋고 물 좋은 데
앵무 (鸚鵡) 공작 (孔雀) 비취 (翡翠) 봉황 (鳳凰)이
쌍쌍이 날아드니
별유천지 (別有天地) 비인간 (非人間)이라
절승경개 (絶勝景槪)를 다 버리고
네 어디로 가자느냐 게 좀 섯거라 말 물어보자
채약 (採藥)하는 아희가 사업을 다 떨치고
태공자 (太公子) 효측 (效則)하여
점심 보습을 등에다 지고
세백사 (細白絲) 가는 그물
삼절오죽 (三節烏竹)에 벗을 삼아
구절죽 (九節竹) 멧둑 깻묵 파리 밥풀
온갖 미끼를 갖추어 차려
조그만 주머니 넣어 차고
앞내 여울 오르는 고기 뒷내 여울 내리는 고기
자나 굵으나 굵으나 자나
함부로 휘 몰아 옦아 낚아 낚아 옦아 내어
다래끼에 넣고 종다리에 담아
시내 강변 (江邊) 능수버들
동으로 벋은 움버들 가지 에화지끈 우지끈 뚝딱
장단맞춰 꺽어 내려
거꾸로 잡고 끝으로 서너잎 남겨 조로로 훑어
아가미를 남 보기 좋게 느슬느슬 꿰어 들고 가는 길에
석양세우 (夕陽細雨) 녹수풍 (綠水風)에
은광 (銀光)이 고루 모여
은린옥척 (銀鱗玉尺) 많이 노니
또 저 고기를 잡으려면
우리 부모 홍안처자 (紅顔妻子) 끓이고 볶고 삶고 지져
때 먹기가 늦어가니
아나 얘야 이 아희야 이 고기를 위선 먼저 너를 줄께
싫다 마다 차탈피탈 (此탈彼탈) 핑계 사양말고
지날 영로에 임의 집에 잠깐 들러 전하여 주렴
그 아희 놈 말 대답 하는 말이
소동 (小童)은 범간 (凡間) 아희가 아니오라
천상 (天上)의 선동 (仙童)으로 약밭가옴 하옵다가
옥황상제 (玉皇上帝) 태상노군 (太上老君)
원시천존 (元始天尊) 제대선관 (諸大仙官)의 명을 받아
방장 (方丈) 봉래 (蓬萊) 영주 (瀛州) 삼신산 불로초와
불사약 (不死藥) 면약 단약 (丹藥) 선약 (仙藥)이며
이화전 계초전을 다 두루 돌아가옵더니
일세를 살피오니 해는 거의 황혼이라
기운 (氣運)을 잠깐 차려 보습쟁기를 고쳐 지고
부소 (扶蘇) 송악 (松嶽) 쑥 들어가서
남은 산전 (山田) 마져 갈고 갈 길이 장차 (將次)
십만팔천리 (十萬八千里)라고 전 (傳)할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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