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탄식

정회석, 고수 조용복
앨범 : 정회석 보성소리 강산제 심청가 완창

[아니리]
심봉사 정신 차려, “거 뉘가 날 살렸소?” “예 소승은 몽은사 화주승 이온데, 시주집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나이다.” “허허, 활인지불이로고 죽을 사람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이요.” 저 중이 허는 말이, “그런디 봉사님. 거 좋은 수가 있읍니다마는” “거, 수는 무슨 수 꼬?” 다름이 아니오라 우리 절 부처님이 영검이 많으시와 빌면 아니 되는 일이 없고, 구하면 다 응하오니, 공양미 삼백 석만 저희 절 부처님 전에 시주하면 어두운 눈을 꼭 뜨리오마는” “아니 뭣이 어쪄? 아 이렇게 먼눈을 떠?” “예 뜨옵지요.” 심봉사 눈 뜬단 말이 어찌 반갑든지 대번 일을 저지르난디, “여 대사, 대사 말이 정녕 그럴진데  공양미 삼백 석을 권선에 기재허오.” 저 중이 어이없어 “글쎄올시다, 심봉사님 가세을 헤아리면, 단 서 말도 없는 분이 어쩔라고 그러시오.” “아니 뭣이 어쩌고 어쪄? 아니 자네가 남의 살림 속을 어찌 알아서 허는 말이여? 어서 적어.” “예 적지요. 그란디 심봉사님, 부처님전 허언을 허게 되면 도리어 앉은뱅이가 될 것이니 부디 명심하오.” “아 그난 염려 말어.” 공양미 삼백 석을 내월 십오일까지 몽은사에 바치기로 권선에 기재허여 중을 보내놓고 곰곰히 생각허니, 이런 실없는 일이 없구나.
[중머리]
“허허, 내가 미쳤구나. 정녕 내가 사 들렸네. 공양미 삼백 석을 내가 어이 구할거나, 살림을 팔자 헌들 단돈 열냥을 뉘랴 주며, 내 몸을 팔자 헌들, 앞 못보난 봉사 놈을 단돈 서푼을 뉘랴 주리. 부처님을 속이며는 앉은뱅이가 된다는디, 앞 못보난 봉사 놈이 앉은뱅이마저 되거드면, 꼼짝 딸싹 못허고 죽것구나, 수중고혼이 될지라도 내가 차라리 죽을 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어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 가는 대사, 권선의 쌀 삼백석을 지우고 가소. 대사!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내 딸이 이 말을 듣고보면 복통자진을 할 것인디, 이놈의 노릇을 어쩔거나”  실성발광 기가 막혀 홀로 앉어 탄식헌다.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 보고 깜짝 놀래 발구르며 “아버지 이게 웬일이요. 살 없는 두 귀밑에 눈물 흔적 웬일이요?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셨소? 승상댁 노부인이 굳이 잡고 만류허여 어언간 더디었소. 말씀이나 허여 주오 답답허여 못 살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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