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몰래 도둑질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쓰레기를 버렸어
그대 일기 몰래 훔쳐보기도 하고
글씨체를 따라 쓰며 흉내 내려고 했어
한때 행운처럼 나타났던 웃음은
순간의 재채기라고 떠오를 뿐이고
갑자기 나타나서 울음 그치지 않던
우리의 진짜 행운은 다섯 살이 됐어
그때 나는 몰래 도둑질을 하곤
내 주머니에 몰래 숨겨놨었네
기억 속에 잠긴 그때 나의 말투는
둥글게 보이려고 용을 쓰고 있었네
두 살의 나는 오래된 사랑에 닿았고
열 살의 나는 색연필을 보고 울었어
스물의 나는 혼자 자는 법을 배웠고
마흔의 엄마는 날 위한 거짓말을 했어
열넷의 나는 처음 분 냄새를 맡았고
열일곱에 난 나의
음악이 갖고 싶어졌어
열아홉 세상에 울음이 퍼졌었고
쉰에 다가선 아빠 곁엔
내가 세 명이 있어
나의 도둑은
사실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