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좋다! 장원이 정결하고 송죽이 울밀하니 여기지절개로다. 이애, 방자야. 책실로 돌아가자.” 도련님이 책실로 돌아와 글을 읽는디, 혼은 벌써 춘향 집으로 건너 가고 등신만 남어 노루글로 뛰어 읽는디.
“맹자견양혜왕하신디, 왕왈, 수불원천리이래하시니 역장유이리오국호이까?”
“아서라 이 글도 못 읽것다. 대학을 들여라.”
“대학지도는 재명명덕하며 재친민허며 재지어지선이라. 남창은 고군이요, 홍도난 신부로다. 홍도 어이 신부 되리, 우리 춘향이 신부 되지. 태고라 천황씨는 이쑥떡으로 왕 했것다.”
방자 곁에 섰다, “아, 여보시오, 도련님. 태고라 천황씨가 이목덕으로 왕 했단 말은 들었어도, 이쑥떡으로 왕 했단 말은 금시초문이오.” “네 이놈, 네가 모르는 말이다. 태고라 천황씨 때에는 선비들이 이가 단단하야 목떡을 자셨거니와, 지금 선비야 이가 단단치 못허니 어찌 목떡을 자시겄느냐? 그러기에 공자님이 후세를 생각허여 물씬물씬한 쑥떡으로 교일하고, 저 명륜당에다 현몽하셨느니라.” “도련님 말씀은 하느님이 아시면 깜짝 놀랄 거짓말이오!” “네 이놈, 잔말 말고 천자나 들여오너라.” “아니, 또 인자 일곱 살 자신 배 아닌디 무슨 천자를 드리라 그러시오?”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천자라 하는 것이 칠서의 본문이라, 뜻을 새겨 놓고 보면 그곳에 별 희한한 맛이 다 들어 있느니라. 내 이를 테니 들어 보아라.” 도련님이 천자를 들여놓고 천자뒤풀이를 한번 해 보시는디,
“자시에 생천하니 불언행사시 유유피창 하늘 천, 축시에 생지허여 금, 목, 수, 화를 맡었으니 양생만물 따 지, 유현미묘흑정색 북방현무 감을 현, 궁상각치우 동서남북 중앙 토색의 누루 황, 천지 사방이 몇 만 리 하루광활 집 우, 연대국조 흥망성쇠 왕고래금 집 주, 우치홍수의 기자추연 홍범이 구주 넓을 홍, 전원이 장무호불귀라, 삼경이 취황 거칠 황, 요순천지 장할시고, 취지여일 날 일, 억조창생 격양가 강구연월 달 월, 오거시서에 백가어 적안영상 찰 영, 이 해가 어이 이리 더디 진고 일중즉측의 기울 측, 이십팔수 하도낙서 진우천강 별 진, 가련금야숙창가라 원앙금침 잘 숙, 절대가인 좋은 풍류 나열준주 벌일 열, 의의월색 삼경야에 탐탐정회 베풀 장, 부귀공명 꿈밖이라 포의한사 찰 한, 인생이 유수같다 세월이 절로 올 래, 남방천리불모지지 춘거하래 더울 서, 공부자의 착한 도덕 기왕지사 갈 왕, 상성이 추서방지에 초목이 황락 가을 추, 백발이 장차 오거드면 소년풍도 거둘 수,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강산에 겨울 동, 오매불망 우리 사랑 규중심처 감출 장, 부용 작약으 세우중으 왕안옥태 부를 윤, 저러한 고운 태도 일생 보아도 남을 여, 이 몸이 훨훨 날아 천사만사 이룰 성, 이리저리 노닐다가 부지세월 해 세, 조강지처는 박대 못허느니 대전통편에 법중 율, 춘향과 날과 단둘이 앉어 법중 여 자로 놀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