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좌도 남원부는 옛날 대방국이었다. 동으로 지리산 서로 적성강, 남북강성하고 북통운암하니 곳곳이 금수강산이요, 번화승지로구나. 산 지형이 이러허니 남녀간 일색도 나려니와 만고충신 관왕묘를 모셨으니 당당한 충렬이 아니 날 수 있겠느냐. 숙종대왕 즉위 초에 사또 자제 도령 한 분이 계시되, 연광은 십육 세요, 이목이 청수허고 거지 현량허니 진세간 기남자라. 하루는 일기화창하여 방자 불러 말씀하시되, “이애, 방자야.” “예이.” “내 너의 고을에 내려온 지 수삼 삭이 되었으되 놀기 좋은 경치를 몰랐으니, 어디 어디가 좋으냐?” 방자 여짜오되, “공부허시는 도련님이 승지는 찾아 뭣하시려오?”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자고로 문장호걸들이 승지강산을 구경허고 대문장이 되었느니라. 승지라 허는 것은 쌓인 게 글귀로다. 내 이를 테니 들어보아라.”
“기산영수별건곤 소부 허유 놀고, 채석강 명월야으 이적선도 놀아있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동파도 놀고, 시상으 오류촌 도연명도 놀아있고 상산의 바돌뒤던 사호선생이 놀았으니, 내 또한 호협사라. 동원도리편시춘 아니 놀고 무엇허리. 잔말 말고 일러라.”
“도련님 말씀이 그리 하옵시면 대강 아뢰옵지요. 동문 밖 나가오면 선원사 좋사옵고, 서문 밖 나가오면 관왕묘를 모셔있어 만고영웅이 어제려인 듯 하옵고, 북문 밖 나가오면 교룡산성 대부암 좋사옵고, 남문 밖을 나가오면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이 삼남의 제일누로소이다.” “이 애, 방자야. 네 말을 들어 보니 광한루가 제일 좋을 듯 허구나. 광한루 구경 가게 나귀 안장 지어라.” “예이.”
방자 분부 듣고 나귀청으로 들어가 나귀 솔질 살살 갖은 안장 짓는다. 홍영, 자공, 산호편, 옥안, 금천, 황금륵, 청홍사 고운 굴레 상모물려 덥벅 달아 앞뒤 걸쳐 질끈 매 칭칭 다래 은엽등자 호피돋움이 좋다. 도련님 호사할 제, 신수좋은 고운 얼굴 분세수 정히 허고, 감태같은 채 진 머리 동백기름에 광을 올려 갑사댕기 드려두고 쌍문초 진동옷, 청중치막을 받쳐 분홍띠 눌러 띠고 만석당혜 좔좔 끌어, “방자야 나귀 붙들어라.” 등자 딛고 선뜻 올라 통인방자 앞을 세우고 남문 밖 나가실 제, 황학의 날개 같은 쇄금당선 좌르르 피어 일광을 가리우고 관도성남 너룬 길 호기있게 나가실 제, 봉황의 나는 티결 광풍 좇아 펄펄 날려, 도화점점 붉은 꽃 보보향풍 뚝 떨어져, 쌍옥제번 네 발굽에 걸음걸음이 생향이라. 일단선풍도화색 위절도적표마가 이 여서 더하오며, 항장수 오추마가 이여서 더할쏘냐? 서부렁섭적 걸어 광한루 당도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