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졌기에 몰라
못 가졌기에 원하지
이 초록 병
비어가는 공간, 꼭 나의
열아홉처럼 보여
시험 마치고 택배들을 놓은 방
몇 밤, 졸업 전
여자 얘기에 혼자
신나 있는 게 철없어
보인 난 이어폰만 꽂아
이내 원망해, 녹음조차
못 할 좁은 학교만
옆 방의 친구 몇과 농담하다가도
다시 떠오르는 모음, 자음
처음 간 학교 바깥의 약속과
처음 마신 양주 몇 잔
정갈히 놓인 접시 안,
정반대지, 어지러운 메모장
몇 년이 가
조그맣게 치른 이주와 크던 빈칸
녹음한 트랙, 훈수할 친구
없는 작업실 안 채우듯 퍼졌지만
시원하기보단 텅 빈 기분
이 여름밤의 더위가
2인실의 닫힌 에어컨에 겹친 지금
돌아가기에는 멀리 왔지
가졌기에 몰라
못 가졌기에 원하지
떼어진 명찰
호수만이 붙은 옆 방
가졌기에 몰라
못 가졌기에 원하지
떼어진 명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