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웃기라도 할까
지금 이 상황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멍 때리는게 아니라
생각없이 살려고
최대한 머리속을
백지로 만들고 싶어서
하루종일 마신 커피때문에
카페인이 잘 받는
빌어먹을 체질때문에
며칠째 뜬 눈으로 잠을 설쳐서
그 사람이 남긴 흔적 하나도
남기기 싫어서
다 버렸다고 생각할쯤에
거실 한켠에 놓여있는
웃고있는 우리 둘 사진
행복했나봐 저땐 좋았었나봐
멀리서 봐도 표정을 감출 수 없구나
이따위께 뭔데 나를 울게 만들어
다 갖다 버리고 버리고 버려도
자꾸 또 나와
이 놈의 조울증이 도졌구나 또
친구들이나 만나자
못 마시는 술이라도
자꾸 왜냐고 묻는 사람들은
이별해 본 적 없나봐
나만 이렇게 아프고
나만 이렇게 우나봐
혼자있게 되면 계속 울 것 같아서
집에 가면 혼자란 게 견딜 수 없어서
별거아닌 이벤트에 감동했던 너
시덥지않은 농담에도 웃어주던 너
소소한 선물에도 고마워했던 너
꿈을 잃은 내게 늘 희망을 줬던 너
놓지말자 우리 지금 잡은 두 손
약속하자 우리 변하지 말기로
내가 변한게 아냐 세상이 그런거야
현실이 그런거야
도망쳤어
나도 모르게 감성적이 됐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헤어진건데
논리적으로 아무것도 맞는게 없어
남은게 없어 우리도
여느 연인과 다를게 없어
이렇게 끝이날 걸 유난 떨었나봐
당장이라도
결혼할 것처럼 그랬나봐
죽을만큼 사랑했던 니가
지금은 죽이고 싶을만큼
싫어졌으니까
자꾸 왜냐고 묻는 사람들은
이별해 본 적 없나봐
나만 이렇게 아프고
나만 이렇게 우나봐
혼자있게 되면 계속 울 것 같아서
집에 가면 혼자란게 견딜 수 없어서
그래 안 괜찮아 미치기 직전이라서
어떻게 될지도 몰라
내버려둬 넌 괜찮아
나만 이렇게 힘드니
사랑한 적은 있었니
대답해봐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그때까진 나 좀 내버려둬
말안해도 알잖아
안그래도 죽고싶으니까
나약한 모습따위 보여주는거
진짜 싫어 나도
그래도 괜찮냐고 가끔은 물어줘
그래야 그 사람을 기억할테니
이대로 잊어버리면 그게 끝이니까
끝이라고 느껴질땐 진짜 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