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한 아침 눈을 떠
사실 낮인지 밤인지도 몰라
암막 커튼을 쳐서
찌푸린 체 켜 스마트폰
습관적으로 유튜브 인스타 속
이게 의미 없단 건 알아 나도
근데 하루의 반이 지나가 또
남은 배달음식과 쌓인 플라스틱 사이에
날파리 몇 마리와 함께
무기력하게 있네 다 귀찮아
그냥 침대에 있자 밤 새
어느새 켜져 있는 포르노
헐벗은 사람들이 비쳐 동공에
빨려 들어가 빨려 들어가 어
허탈감과 잠들어 오늘도
내일은 다르겠지
하면서 눈을 감아
오늘까지만 이런 거니까
그냥 자자
얕은 쾌락에 젖어
쾌락의 끝은 고통
반복은 끝이 없어
날 고통 없이 죽여줘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침대 속에서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내
그냥 서있는 것도 버겁지
머릿속은 도파민에 찌든 듯 멍해
뭐 할지는 몰라 일단 씻어야지
홀애비 냄새는 좀 지독하니
언제 빤 지도 모르는 티셔츠와
바지를 벗은 후에 화장실로 가
물때가 가득한 변기 위
검은 색깔 곰팡이 핀
타일 그 사이 걸려있는 거울 속
충혈된 눈과 기름진 얼굴 보니
갑자기 드는 죄책감과
나의 한심한 모습을 담아낸
거울 안을 차마 볼 수 없어서
물로 머릴 적시며 눈을 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