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의 노래
-홍윤숙 시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달빛도 기울어진 산마루에
낙엽이 우수수 흩어지는데
산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내 잊지 않으마.
언젠가 그 밤도
오늘 밤과 꼭 같은 달밤이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어지고.
하늘의 별들이 길을 잃은 밤
너는 별을 가리켜 영원을 말하고
나는 검은 머리 베어 목숨처럼 바친
그리움이 있었다. 혁명이 있었다.
몇 해가 지났다.
자벌레처럼 싫증난 너의 찌푸린 이맛살은
또 하나의 하늘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는 것이었고
나는 나대로
송피처럼 무딘 껍질밑에
무수한 혈흔을 남겨야 할
아픔에 견디었다.
오늘 밤 이제 온전히 달이 기울고
아침이 밝기 전에 가야 한다는 너.
우리들이 부르던 노래 사랑하던 노래를
다시 한 번 부르자.
희뿌여히 아침이 다가오는 소리
닭이 울면 이 밤도 사라지려니
어서 저 기울어진 달빛 그늘로
너와 나 낙엽을 밟으며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