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개를 돌리면
작은 그림자
고요히 숨을 내쉬며
또 하루를 살아가네
타는듯한 태양 피해
살에는 바람 피해
차갑게 내리는 빗발 피해
누군가의 미움 피해
목마른 목을 축이는 건
잿빛깔 빗물
고단히 젖은 몸 뉘인 곳은
시리운 회색빛 바닥
품에 안지는 못해도
미워 마세요
사랑해주지는 못해도
쫓아내진 말아줘
오늘 무얼 먹을거니
비는 어찌 피할거니
잠은 어디서 잘거니
어디 아프지는 않니
혼자라 외롭진 않니
봄이 어서 품어주길
문득 고개를 돌리면
작은 그림자
고요히 숨을 내쉬며
또 하루를 살아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