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아니~ 안 취했어.
그런데 왜 이 시간에 전화했냐고~?
왜~? 이 시간에 전화도 하면 안되니?
너는 맨날 화나는 일 있으면 새벽에도 나한테 전화했었잖아.
그래... 내가 하나만 물어보자.
너는... 내 말을 다 믿었니? 정말로?
어떻게 믿을 수가 있어~?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정말 몰랐어?
나는 자다가도 니가 나오라면 뛰어 나가는데...
나는 니가... 점심 혼자 먹게 될까봐... 내 수업 맨날 빠지고 너랑 같이 점심 먹었는데...
나 너 맨날 집에 바래다줬잖아...
니가 바다 보고싶다면 따라갔잖아...
그런데 왜 몰라?
내가 너한테 친구라고 그랬든 뭐라 그랬든 그걸 어떻게 믿을 수가 있어.
그거 다 거짓말이야...
나는 남자고 너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지만... 나도 누구 사랑하면... 사랑 받고 싶은 사람이야...
그래. 니가 다른 사람 좋아하고 사귈 수 있어.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화가 나는 거는... 니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거야...
왜 말을 안 했냐니? 말하지 그랬냐니~? 니가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그 여자...♀
니가 지금 나한테 화내는 게 아니라는 거 나 알아.
취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취하지 않았다면 넌 이런 전화를 하지도 않았을 테고...
아마 내일 아침이면 넌 전화했던 거 많이 후회할 거야...
머리 싸매며 고민하다가 내게 전화를 하겠지.
어제는 술을 너무 마셔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통화 목록을 보니까 내 이름이 있더라며, 허허 거리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넘어가려고 할 거야...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처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미안하면서도 아닌 척 그렇게 넘어가는 게 좋을까?
아니~ 이번엔 안 그럴 거야.
지금까진 적어도 니가 말하지 않았으니까, 니가 아니라고 하니까, 미안하고 불편했지만 널 방치할 수가 있었어.
하지만 이렇게 니가 말해버렸으니... 이젠... 우리 정말 못 보겠다...
그대로 두면 너는 또 예전처럼 나한테 잘 해줄 테니까...
내가 남자친구와 싸우면 너는 내 편을 들며 남자친구를 같이 욕해줄 거고, 여전히 내가 배고프면 너는 같이 밥을 먹어줄 거고...
그러면 안 되잖아...
그동안 모르는 척해서 미안~ 이제 더는 미안한 일 안 할게...
내일 니가 전화해도... 나 안 받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