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다 우울해
지금 이 시간엔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지금이 몇 시지? 열한 시 반
우울하다 우울해
또 우울시계가 째깍째깍
우울하다 우울해
라면 왜 먹었지? 살 찌겠네
비가 온다 비가 와
끈적거리게 자꾸 비가 와
잠이 온다 잠이 와
그냥 세상 만사 귀찮아
시간이 흐르면
가슴 찢어지던 이별도
시간이 흐르면
이불 걷어찰 어린 기억도
잊혀진다 잊혀져
그냥저냥 휙휙 지나 가
잊혀진다 잊혀져
그땐 그게 전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
지금 이리 우울한 것도
시간이 흐르면
힘들다 징징댔던 것도
한때란다 한때야
날카로운 감정의 기억이
무뎌진다 무뎌져
네모가 닳아져 원이 돼
우울하다 우울해
무뎌져 가는 게 우울하다
씁쓸하다 씁쓸해
한약을 다려 마신 듯 씁쓸
우울하다 우울해
별 것도 아닌데 우울하다
우울하다 우울해
우울우울 열매 먹은 듯 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