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믿지않던 나
결국 나도 그 약기운에
잔뜩 취한걸까?
매번 처음 보는 여자들을
목발로 삼아
비틀거리고 휘청거렸어
주말 밤마다
돌아보면 항상
애먼 구멍들만 메꾼 셈
정작 채우고싶은
여백은 그냥 내버려둔 채
그 여백을 닮아있는
새벽과 마주할 때마다
오히려 더 깊숙히
날 숨기곤 했었네
시계바늘에 기댈수록
황폐해지는 하루
난 이제 더이상 꽃이
자랄 수 없게 된 화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번 뭔가를 심어봐도
결국 다음날이면
냉정하게 전부 뽑게되더라고
그 구멍들 틈 사이로 자란
잡초같은 허무
어느새 날 덮어버릴 정도가 됐어 결국
내겐 없어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줄 자격
시간이라는 약이
나에게 남긴 부작용
난 오늘도 누군가의 품으로
내 맘이 쉴 수 있는 곳 마지못했던
난 내일도, 기나긴 밤이 지나도
여전히 비틀비틀거리네
왜 계속 멀미가
'비틀거릴 내가 안길 곳은 어디에?'
무심코 흥얼거리던 노랫말을 떠올리네
이 비틀거림이
이젠 버릇이 돼버렸기에
누군가의 품에 안겨도
난 계속 멀미 해
결국 견디지못하고
다 토해버리는 아침
내 온 몸에 묻어있는
아주 지독한 이 악취
향기가 없는 나에게
아무도 앉을 리 없지
내려앉는 건 훅 불면 날아갈 먼지
내겐 천막이 아닌 집이 필요해
매번 바뀌는 날씨를
걱정할 필요 없는 곳
잠깐 등을 대고
누울 수 있는 곳이 아닌
내 전부를 온전히 맡기고
쉴 수 있는 곳
돌아갈 곳이 있음에
안도하며 살고싶어
파도 위에 놓인 기분
이젠 느끼기 싫어
시간이라는 약이 아닌
누군가의 위로
그 것만이 내 마음의 병을
완벽하게 치료
이제 난 진절머리나
도대체 얼마나 걸릴까?
비틀거림의 끝은 어딜까?
내일이면 다 나을 수 있을까?
난 멀미 나
난 멀미 나 난 멀미 나
난 계속 멀미 나 계속 멀미 나
난 계속 멀미 나 내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수 있는 곳으로 난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