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을 뒤쫓는 짐차
길을 재촉하는 시간
남겨진 소파는 쓸쓸히
뒤를 돌아보지 말아
떠날 땐 그렇게
오랜 작별들 로부터 배운 것
먼지 쌓인 방안에 석양이 스미고
빛 바랜 벽지만 앙상한 채로
차창 넘어 익숙한 골목길의 공기
한 모금 들이마셔 본다
간신히 올려놓은 짐들
자리 잡지 못한 책상
어떻게 해도 어색한 기분이야
몰래 공터에 옮겨 심은
텅 빈 화분들은
어쩐지 비를 기다리는 것 같아
어설프게 펼쳐놓은
낡은 매트리스
뭐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볼까
이상스레 조용한 낯선 동네의 밤
오늘 나 잠들 수 있을까
삶은 다시 낡은 가구들과
범벅이 되어가겠지
어떤 날엔 새 의자를
사게도 될 거야
지난 날의 번민과 고독
쌓인 추억까지도 이젠 안녕
어설프게 펼쳐놓은
낡은 매트리스
뭐 일단은 이렇게 시작해볼까
지친 눈을 감으니
참 이상하게도
두고 온 소파가 걱정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