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노래도 만들었던가
그 말 뒤로 삼킨 수없이 많은 말들
너무도 괴로운 나머지
밤새워 썼던 곡들임을 알아
머뭇거리던 펜촉 끝에서
구겨버린 오선보 위에서
완성되지 못한 너의 밑그림을
채우는 꿈을 꾸고 있어
음악아 굴러라, 황혼을 넘어 울려퍼져라
아스라이 달빛을 머금은 지평선까지
소리에 마법을 담을 수는 없을지라도
나 이제 너를 조금 알 것 같아
새벽 공기에 녹아든 숨결
앞은 한껏 안개로 보이지 않지만
그 끝에 너의 그림자가
보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보이지 않는 것에 화내고
보이는 것을 놓치고 말아
어느새 내려앉은 황혼
살아가는 목소리 하나가 흘러가
울려 퍼트려라, 마이너 코드 오케스트라
악기도 악단도 남지 않은 폐허의 극장
보름달 빛나는 아름다운 밤에야말로
이제야 겨우 노래할 수 있어
한정된 생명선 그 가운데
영원히 이어지는 평행선
삐걱이며 걸어가다 결국
멈출 수 밖에 없는 태엽인형
하늘이 맑아서 울었던 오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내일도
과거란 이름 아래 가둬버리자
음악아 굴러라, 황혼을 넘어 울려퍼져라
아스라이 달빛을 머금은 지평선까지
태엽아 달려라, 종연을 향해 소리 높여라
오랜 밤에 덧없이 저물은 꿈을 데리고
너의 마지막 세레나데를 덧그리며
이젠 사랑이란 걸 알 것 같아
이미 사라진 너의 내일을
축복할 수는 없을지언정
빛바랜 우리의 음악에
나 가을빛 깃든 꽃다발을 바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