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타고난 길치라서
십 년은 넘은 서울이지만 아직도
여행자 같은 그런 그런 기분야
그냥 그런 기분
이렇게도 늦은 밤에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도시는 이 도시는
너무나 낯설어서 덜컥 겁이 나서
고갤 떨군 채 발길을 돌린 건
나뿐은 아닐 거야 하며
서둘러 길을 달려서 아무도 모르는
주소에 몸을 숨겨둔 채 다시 또
살아내야 할 하루를 생각했네
내 방문을 닫는 순간 밖은 잊혀지고
내 몸뚱이 하나만 남는 게
섭섭하고 가끔 외로워서
새벽별이 사라질 때까지 잠 못 들고
긴 밤을 견디는 게 혹시
내 탓은 아닐까 하며 고개를 떨군 채
아무도 없는 저 달 위에 그 언덕 위에
남겨진 발자국을 생각했네
난 타고난 길치라서
십 년은 넘은 서울이지만 아직도
여행자 같은 그런 그런 기분야
그냥 그런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