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이별 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측의 잠 못 이루니
호접몽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에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볼까
내가 만일에 임을 못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요
무덤 근처 섰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퍼버리고 앉어 울음을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