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벌레들
우리는, 우린 벌레들이니까
벌레춤. 벌레들이니까
08. 해운대
마음이 흩어지던 늦은 겨울날
그곳에서 널 보았지
함박눈 부서지듯 쌓인 길 위로
당신이 걸어나갔네
흩날리던 눈송이도 모래같은 꽃잎들도
당신이 남긴 작은 기억들 위로
쌓이는 세월이 되네
장대비 쏟아지던 어느 여름밤
당신의 목소리 들려
술잔을 손에 들고 길을 나서니
어느새 여기에 섰네
파도들아 내 눈물을 갈매기야 이 마음을
그 사람 없는 세상 어느 곳엔가
아무도 모르게 세월도 모르게
묻어놓고 오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