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후 노인은 곧바로 일어섰어.
“아직 해가 뜨거운 데 가시려고요?”
“서둘러 가지 않으면 도착 전에 해가 져버릴 걸세.
덕분에 내가 아주 단물을 마셨다네.”
노인은 인자하게 웃으며 보따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어.
그것들은 하얗고 작은 조약돌 두 개였지.
“내 다른 건 줄 게 없고 보답으로 이걸 받아두시게.”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은 자네의 무거운 짐을 덜어줄 선물이라네.
이 돌을 하나는 자네 집 뒤뜰에,
다른 하나는 저 밭 구석에 심어두고
닷새 뒤에 파보시게나.”
“돌을 심으라고요?”
노인은 웃으며 말을 이었어.
“돌에서 돌로 물건을 옮겨 줄 걸세.
대신 다른 용도로는 절대로 안 된다네.
욕심이 화를 부르는 법이야.”
농부는 노인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감사하게 조약돌을 받아 들었어.
그리고 노인은 다시 길을 떠나갔지.
“서방님, 어르신이 주신 돌을 어서 심어봅시다.”
색시가 보챘어. 농부도 몹시 궁금했어.
두 사람은 하나를 밭 귀퉁이에 잘 심었어.
다른 하나는 잘 들고 와서 집 뒤뜰 구석에 또 묻었지.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가 되었어.
“서방님! 오늘이 닷새째에요. 얼른 파보아요.”
“그럽시다. 어서 가십시다.”
닷새째 되는 날, 농부와 색시는 부리나케 땅을 파보았어.
그런데 조약돌을 묻은 자리에
하얀 항아리가 있는 게 아니겠어?
“이것은 항아리 아닙니까?”
“하얀 조약돌 색과 꼭 같소.”
“반들반들 윤이 나는 것이 아주 귀해 보입니다”
“어르신의 말이 사실인지 한 번 물건을 넣어봅시다.”
농부는 무거운 곡괭이와 호미,
낫 등을 항아리에 넣었어.
그리고 얼른 밭으로 뛰어갔지.
도착하자마자 숨을 몰아쉬며
밭 귀퉁이에 있는 항아리를 열어보았어.
“아니, 이게 참이었다니!”
항아리 속에는 집 항아리에 넣어둔
농기구가 들어있지 뭐야.
그때부터 농부와 색시의 생활은 많이 편해졌어.
“서방님, 다녀오시어요!”
무거운 농기구를 들지 않고
집을 나서는 농부의 발걸음이 가벼웠어.
오후가 되자 색시가 밭으로 사뿐사뿐 걸어 나왔어.
“이제 오시오?”
“예, 새참을 꺼내어 준비하겠습니다.”
색시도 새참을 무겁게 소쿠리에 받쳐
머리에 이고 다니지 않고
항아리에 넣어두기만 하면 되니
한결 낫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