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출발선 위에 서 있지만
그 선은 들쑥날쑥하다
누군가는 한참 뒤에
또 누군가는 저 멀리 앞에 서 있다.
자욱한 안개로 뒤덮인 이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지
이 기나긴 선의 끝이 어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왜 있는지 그 이유조차
묻지 못 한 채
멍하니 서있는데
내 발이 움직이고 있는 건지
내가 밟고 있는 이 길이
움직이고 있는 건지
그저 햔 걸음 한걸음 (천천히)
알 수 없는 저 너머를 향해 가고 있다.
한참을 뛰면서 희미하게 보이던 사람들이
어느덧 선명하게
다가오다
사라지고
다시 또 밀려오는듯
멀어져 간다.
누군가와는 제법 긴 시간
보폭을 맞추며 함께 뛰다가
다시 만나자
잠시 쉬겠노라며
짧은 인사를 건네고는
이윽고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우리가 이 길 위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린 친구일까? 아니면
다만 경쟁자일 뿐일까?
이 안개가 끝이 있긴 한 걸까?
이미 도착점에 다다른 사람들은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