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이 그윽한 밤공기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깜빡거리는 네온 사인…
그 길을 바쁘게 지나가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
친구들과 연인들의
사근사근 이야기 소리
그윽하게 피어나는
모락모락 커피 향과
회전하는 그라인더의
서걱서걱 기계 소리
뿌연 담배 연기와
누군가의 깊은 한숨소리
정신없이 내달리는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 뒤로
짧게 울리는 경적소리
그 모든 향기와 소리들이
비에 젖어 흩어져 간다.
유리창 위로 바쁘게 떨어지는 빗줄기
도시가 이 빗속에 잠겨간다.
좁다란 창문 선반에
턱을 괴고 앉아
아득히 멀어져 가는
세상을 바라본다.
복잡한 기계 부품처럼
다닥다닥 붙어서 있는
건물들 자동차들 그리고 사람들…
멀리서 보니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저 공간속에서
우린 얼마나 많이 힘들었던가.
내가 살던 익숙한 세상과 멀어지고
내가 알던 수많은 사람들과
잠시 이별한다.
떨어져 봐야
그곳이
그들이
나에게 진정
어떤 의미였는지를 알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