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놀이

흑예
앨범 : 그렇다면 이제 악기를 들어

Alright
배불룩한 아저씨 애가
둘 딸린 아줌마
주름 짙은 선생님
정장 빼입은 신사
수염 안 깎는 백수
돋보기 쓴 박사님
이젠 어리지 않지만 한번
놀아보자 얼음
어느새 우리 모습들이
이렇게 달라졌구나
시간은 자꾸 흘러
이젠 어리지 않구나
하지만 하늘은 맑고
놀이터도 여전해
간만에 옛날처럼
한번 놀아보고 싶어
나이 들어 이게 뭐냐
우스워도 보이려나
생각 속에 빠져 있다가
저기 술래가 내게 달려오네
딴 녀석들 모두 어딜 간 거야
쟤는 왜 저리 빠른 거야 빨리
도망쳐야 해
잘못하면 잡히겠다 너한테는
안 잡힌다 으다다다다다다다
에라 모르겠다 얼음
얼음
이젠 내가 술래다 얼음
타이밍 늦었어
지저분해진 정장
풀어헤쳐진 넥타이
이렇게 놀아도 재밌구나
안 된다는 법 있냐
마음까지 늙진 않잖아
내가 간다 모두들 긴장해라
다 죽었어 내가 다 잡아줄게
나 빼고 다들 빠른 것 같아
늬들 원래 빨랐냐
아싸 저기 만만하다 잡아줄게
기다려라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려가네
이렇게 숨 차게
노는 게 얼마 만이야
그런데 자꾸만 웃음이 나와
예전처럼 오래 놀진 못하고
벌써 힘들어서 벤치에 앉아서
어릴 때 함께 놀던 기억
모두 갖고 있구나
행복한 순간이여 얼음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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