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사등 ~^*
-김광균 詩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
내 호을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여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