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숙종대왕 즉위 초에 서울 삼청동 사는 이씨 양반 한 분이 계시는디 명문거족이요, 세대 잠영지족이요, 국가의 충신지 후예라. 돈령 참봉 출륙시켜 과천 현감 임실 군수 두어 도목 지낸 후 남원부사로 제수하시니, 도임한 지 이삼삭에 선치하사 거리 거리 선정비요, 곳곳마다 칭송이었다.
그 사또 자제 도련님 한 분이 계시는디, 연광은 십 육세요 용몽을 얻어 낳은 고로 이름을 꿈몽자 용룡자 몽룡이라 지었것다.
부친 따라 고을에 내려와 책실에서 공부할 제, 때마침 단오일이요 일기 화창하니 방자 불러 남원 경치를 물으시겄다.
“이 얘 방자야”
“예이”
“너희 고을에 볼만한 승지있느냐?”
“소인 고을에 광한루 있사온디 삼남 제일루라 허옵니다.”
“얘, 광한루 있으면 오작교도 있겠구나.”
“오작교도 있거니와 누 옆에 영주각과 승사각이 좋사옵니다.”
“얘, 그러면 남원이 곧 선행이로구나. 오날 광한루 구경가자.”
도련님 동헌에 들어가 사또 앞에 공수하고 저어하야 여짜오되,
“오늘이 단오절이요 일기 화창하오니 기산 물색 구경하고 잠시 놀다 오겠네다.”
“그리해라. 공부하는 사람이니 한만히 있지말고 경치를 보거든 글귀나 생각허고, 잠시 놀다 오너라.”
도련님 물러나와 방자 불러,
“나귀 안장 속히 지어라.”
[자진모리]
저 방자 분부 듣고 나귀 안장을 짓는다. 홍영자공산호편 옥안금천 황금늑 청홍사 고은 굴레 상모 물려 덥벅 달어 앞뒤 걸쳐 질끈 매고 칭칭다래 은엽등자 호피 돋움이 보기 좋다.
도련님 호사헐 제, 옥골 선풍 고운 얼굴 분세수 정히 허고 채진 머리 곱게 땋아 갑사 댕기 드렸네. 선천 동우주 겹저고리 당모수 상침바지 외씨 같은 고은 발 극상 세목의 버선 받쳐 남수 갑사 다님 매고 진안 모수 통행전 쌍문초 접동옷에 청중 추막의 도포 받쳐 당분 앞띠 띠고 갑사 복건의 만석당혜 나귀 등 선뜻 올라 뒤를 싸고 앉은 후 채금당선 좌르르 펼쳐 일광을 가리우니 하릴없는 선동이라.
관도성남 너룬길 기봉하으 나는 티껼 광풍조차 펄펄 도화 점점 붉은 꽃 불의 향풍 뚝 떨어져 쌍옥제번의 네 발굽 걸음걸음이 생향이라. 일단선풍도화색 위절도 적표마가 이 걸음을 당헐소냐. 가련인마생광휘으 만성견자수불애 취과양주귤만거라 두목지 풍채로구나, 호호거리고 나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