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소매 끝엔
어제의 내가 묻어 있고,
구겨진 주름 사이로
시간이 스며들어.
하얀 셔츠 깃을 고쳐 매며
울고 웃던 날들이
하늘색 리본처럼
묶여만 간다.
출석부에 적힌 이름들은
지나가던 바람 같아,
복도 끝 창문 너머로
기억 속으로 흩어진다.
책가방 속 무거운 교과서,
그 안엔 담지 못한
우리들의 이야기들.
하교길에 남겨진 발자국처럼
아련히 사라져.
교복, 그 안에 감춰둔
순수와 반항,
그리고 어설픈 사랑의 자락까지.
이젠 옷장 속에 걸어두고
우리도 어른이 되려나.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다시 입어보고 싶어질 때도 있어.
그때의 나를, 그때의 우리를
잊지 않으려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