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색이 바래 마치 청사진처럼
변해버린 사진 한 장
눈동자만은 어째 아직 까만 그대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요즘은 맥주 뚜껑을 열어
젖히고픈 마음에 겨워도
어설픈 핑계 몇 개를 대며
부질없이 밤만 세고 있어
그때처럼 어느새 눈시울에는 무언가
요즘 거는 흐르지 않고 말라버리지만
글쎄 나 역시 어떤 방법으로든
어수선해져버린 이 방 안을
쓸어내야 하는 건 알았지만서도
그땐 괜히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울먹임을 묻으며 그렇게
밤을 지새우며 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는 과연
해져가는 테두리가 윤곽 안으로
들어서는 풍경 한 장
내가 서 있는 자리마저 구겨지기엔
얼마만큼 남았을까
낭만이란 써버린 만큼
다시 채울 수 있는 거였지만
충전기란 게 으레 그렇듯
잃어버렸지 어디에서였나
어쩌면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걸지도
그땐 무거웠거든 그런 조그만 짐마저
글쎄 나 역시 어떤 방법으로든
어수선해져버린 이 방 안을
쓸어내야 하는 건 알았지만서도
그땐 괜히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울먹임을 묻으며 그렇게
밤을 지새우며 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는 과연
가끔은 날개죽지에 덜 아문 상처들이
간혹 간지러워지기는 해도
이젠 어디에든 등을 기대고
쪽잠이나마 청할 수 있어서
자꾸 아쉽냐고 물어봐도 글쎄
글쎄 나 역시 어떤 방법으로든
어수선해져버린 이 방 안을
쓸어내야하는 건 알았지만서도
그땐 마치 이젠 마지막인 것처럼
준비도 안된 이정표 타령
하며 모두 집어 던지듯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