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철들지 못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다고
시끄런 티비에 발소리를 묻어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섰으니
잠자리 떼를 보면 쫓아가는 소년들처럼
밤이 깊어 오는 것도 모른 채로 떠돌았던 거야
돌아간다면 또 잔소리를 늘어 놓겠지
모두 끝나면 그때처럼 엄마 나를 토닥여주세요
나를 토닥여주세요
나는 참 철들지 못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는 건
어릴 적 골목대장 녀석과 주먹다짐한
뒤에나 있었던 일인데
같이 달리던 친구의 모습이 보이질 않네
고개를 들어 애써 찾아보려 했지만 왠지
이제는 온몸이 너무도 무거워졌어
잠이 들면 나의 머리를 엄마 쓰다듬어 주세요
아직 만난 적 없는 나의 아이인 것 같은 꼬마가
웃는 목소리가 어렴풋하게나마 들리는 것 같은데
쉬어버린 목 탓에 잠이 오질 않던 그날 밤
말없이 머리 숱을 슬쩍 훑던 거친 손가락
돌아간다면 또 잔소리를 늘어 놓겠지
이런 때마저 철부지인 채로 남을테니
잠자리 떼를 보면 쫓아가는 소년들처럼
밤이 깊어 오는 것도 모른 채로 떠돌았던 거야
돌아간다면 또 늘어놓을 잔소리마저
그리워지네 엄마 나를 다시 만나면
잠든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줘요
쓰다듬어 줘요
쓰다듬어 주세요
쓰다듬어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