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미 죽었어요 반듯한 이마에 석고처럼 굳어 창백한 얼굴
빛나는 황금색 머리카락이 한올한올 연꽃으로 물에 흘러 떠나가고
채 식지 않은 살구빛 입술은
뜨거운 심장으로 살아있는 소년의 눈길을 머물게 하지만
아무리 걱정스러운 몸짓으로 되돌리려 해도
축 늘어진 두 팔을 어쩔 수는 없어요
해가 달이 되도록 쉬지 않고 조잘대던 상아색 두 발은
하늘로 곧추 세워진 채 어디로도 움직일 생각은 안 해요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가슴
똑같은 금발에 똑같은 목소리를 가진 처녀들이 저기 저렇게 많은데
다시는 어디에서도 알아볼 수 없을
나의 그녀는 이미 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