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슬픔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6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인간으로 사는 건 쉽지가 않아.”
반쯤 먹은 샌드위치를 접시에
내려놓으며 모르모트씨가 배를
통통 두드립니다. 얼마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역시 소동물은
소동물입니다. 벌써 배가
볼록하게 솟아올랐군요.
“쥐구멍에 숨을 수도 없고,
신나게 나무를 갉아 먹을 수도
없고, 지켜야 하는 것도 한두 개가
아닌 데다 밥이라도 한 끼 먹으려면
종일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야 하지.”
“다시 실험실의 모르모트로
돌아가시는 건?”
“그걸 말이라고!”
이제 거의 말을 놓은 모르모트 씨가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립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사는 게
영 불편하긴 해도 지금은
그럭저럭 적응했어.
나는 성격이 워낙 좋아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거든. 힘들었던 일은
툴툴 털어버리는 게 내 장점이지.”
“그렇군요.”
저쪽 손님은 아직 적응이
통 힘든 것 같은데 말이죠.
샌드위치를 씹던 비글의 얼굴이
불현 듯 경련을 하듯 씰룩거립니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로메인
몇 장이 떨어집니다.
잽싸게 손을 뻗어 떨어지는
로메인을 받아 다시 비글의
입에 밀어 넣으며 모르모트씨가 말합니다.
“놀랄 것 없소. 가끔 이러니까.”
모르모트씨는 근처에 있던
티슈로 익숙하게 비글의
입가를 닦아 줍니다.
“주방장 양반, 아니
양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괜찮습니다.”
비글 씨의 손에 들린
샌드위치를 다시 입가로
가져다주며 모르모트씨가
조용히 말합니다.
“실험실에 있는 동물들이
하는 생각이라곤 다 단순해 빠졌다오.”
“…….”
“여기서 탈출하면 대단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겠지.
매일 그런 상상뿐이지.”
“그렇군요.”
“그곳에서는 늘 이상한 것을
바르거나 먹고, 느닷없이 예리한
주삿바늘에 찔리거나 난데없이
죽어버리는 게 일상이니까. 옆에서
자던 녀석이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아침의 반복이지.”
경련이 일 듯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비글 씨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샌드위치를 씹고
또 씹습니다. 저는 모르모트 씨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여분의 티슈를
테이블 위에 옮겨 놓습니다.
“눈을 뜨면 실험, 또 실험.
그런 게 없는 세상은 낙원일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었나 보군요.”
모르모트 씨가 피식 웃으며
대답합니다.
“낙원은 무슨. 실험실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지만, 나와보니 어디에도
낙원 같은 건 없었소. 여기도
끔찍하긴 마찬가지야.”
문득 숲고등어 구이를 먹던
인간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이 낙원이라면
그렇게 슬픈 얼굴은 한 인간은
없어야 하겠죠.
“어디서든 사람들은 무수히
죽고 동물들도 죽어 나가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도 서슴없이
짓밟아야 하고, 숨을 쉬는
권리를 매일 종이로 지불해야
하는 건 덤이고.”
연고도 없이 시작한 인간
생활이 그리 녹록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간의 노고가
그대로 느껴지는 표정을 바라보며
저는 조용히 작약차를 한 모금
마십니다.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인간이
되지 않았으면 몰랐을 거요.”
그렇습니다. 인간의 약육강식은
야생과는 조금 다르죠.
“삶은 아름다운 척 하고
있는 잔혹한 맹수 같아.”
모든 것이 안락하지만,
그 안락함을 누리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모르모트 씨는 이빨 자국이
선명한 샌드위치 반쪽을 바라보며
말을 잇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아름다운
호수였는데 가까이 가보니 그저
신기루일 뿐인 순간들이 무수히
겹쳐져 있지. 이 샌드위치처럼.”
와작, 샌드위치를 씹으며
모르모트 씨가 미소를 짓습니다.
신기루일 뿐인 시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눈부신 슬픔이 차곡차곡
쌓여서 삶이 되는 게 아닐까……,
여기에 온 뒤로 부쩍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오. ”
쌉싸름한 푸성귀와 달콤한
나무 딸기잼, 아삭거리는 로메인과
파삭하고 묵직한 빵,
그 사이로 진하게 퍼져오는
연꽃 연어의 깊은 맛. 온갖 맛이
뒤섞여 있는 샌드위치는
모르모트 씨의 말처럼 삶의
일부분을 음식으로 옮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돌아가기는
싫은 겁니까.”
실험실에서는 모든 편의가
제공되었을 것입니다. 적절한 온도,
청결한 환경, 충분한 물과 그럭저럭
먹을만한 사료, 천적이 없는 통제된
세계. 실험이라는 것만 없었다면
그쪽이 낙원에 가까울지도 모르죠.
실험은 목숨을 담보로 하겠지만
모르모트 씨의 말처럼 이곳에서도
무수한 죽음이 존재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내가 미쳤소? 그 지옥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게?”
모르모트 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이 세계가 통째로 맹수의
아가리라고 해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소.”
“똑같은 고통이 존재한다면 적어도
실험실 쪽이 굶어 죽을 걱정
따위는 없을 텐데요.”
모르모트 씨는 답답하다는 듯 긴
한숨을 내쉽니다.
“내가 선택한 고통을 견디는 것과
선택권조차 없었던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요.”
“……?”
“나는 실험실에서 살겠다고
선택한 적이 없어. 하지만
탈출은 적어도 내 선택이었지.
내가 평생 거기에 갇혀 있었다면
이런 근사한 샌드위치를 먹을 수나
있었겠소?”
“아.”
“그 버석버석하고 말라빠진 사료,
죽을 때까지 그것만 먹었겠지.
그날이 죽는 날인지도 모르고.”
이해가 되는군요. 제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죠.
명쾌한 해답입니다.
모르모트 씨가 말을 하는 동안
비글 씨는 이미 샌드위치를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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