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들어간다 걸어 들어간다 모래 위를 한발 한발 걸어 들어간다
저고리 곱게 여미고 붉은 치마 흩날리며 놀빛바다 너울너울 걸어 들어간다
물살은 거세지고 구름은 몰려와 술렁술렁 물결 타고
물에 몸을 담그며 한발 한발 나아가 바람 불고 요동쳐
물살은 점점 올라 파도 따라 붉은 치마 흔들흔들 걸어 들어간다
저고리 고름 둥실 떠 모가질 휘휘 감아 목이 메이는 듯 숨이 막히는 듯
턱밑까지 물살이 차올라 숨통은 간당간당
사지에 힘이 풀려 바들 떨리던 발가락 끝이 이내 바닥을 삐끗하고 비껴나니
고운 눈 질끈 감고 바다 품에 안긴다
물에 잠겨 물길에 흔들리며 속으로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종아리 잠긴다
걸어 들어간다 허리가 잠긴다
걸어 들어간다 어깨가 잠긴다
걸어 들어간다 머리가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