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융단

김태균

어둠이 내린 밤에
내가 가는 길 밝혀 주시네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날 쓰러지지 않게 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어둠이 내린 밤에
내가 가는 길 밝혀 주시네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날 쓰러지지 않게 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누구든지 꿈이 이뤄지길 비네
길거리 위 그리고 자동차 위에
빨간색 티 붉은 뿔이 머리 위
우린 붉은 악마의 일루미나티
종이 쪼가리 위해 몸도 영혼도
성공에 눈멀어 이미 빛은 잃었고
그들의 외눈에서 내 얼굴이 비쳐
우린 남을 통해서 자신을 투영해
그런데 악마마저도 꿈을 이뤄주진 못해
아무 목적 없이 계속 따라갈 수 밖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때까지
내가 의사가 되어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 배웠지만 난 단지 내 아빠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게 두려웠지
허나 나 역시 직장인이 되고
다이아 반지를 끼게 되겠지 4번째 손가락에

어둠이 내린 밤에
내가 가는 길 밝혀 주시네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날 쓰러지지 않게 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어둠이 내린 밤에
내가 가는 길 밝혀 주시네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날 쓰러지지 않게 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내가 갈 길을 비춰주길
이 길을 걸어갈 힘을 실어주길
언젠가 돌아갈 초심을 지켜주길 비네)

누구든지 특별해지길 비네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미래
한 번뿐인 인생 그렇게 그려가기엔
아쉬워 우리 모두 각자의 미술가기에
우리가 입시용 그림만 그리래
모두가 매를 들었고 포장해 사랑에
우리가 그리 욕하던 사회생활에
모두가 적응해 가며 날 가둔 우리가 돼
누구나 영화같이 살기를 바라지만
부귀영화 주인공 딱 이 한 자리만
얼굴까지 바꿔 내가 가짜가 되어도
돈은 나를 진짜로 만들 수 있다고 배워서
내가 아닌 내가 가진 것들로 배경
을 채워 학위나 외모 명성이든 돈이 되면
쫓아갈 수밖에 체계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선 같이 물들어가는 수 밖엔

어둠이 내린 밤에
내가 가는 길 밝혀 주시네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날 쓰러지지 않게 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어둠이 내린 밤에
내가 가는 길 밝혀 주시네
비바람 부는 날에도
날 쓰러지지 않게 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날 구원해주소서
(내가 갈 길을 비춰주길
이 길을 걸어갈 힘을 실어주길
언젠가 돌아갈 초심을 지켜주길 비네)

난 좀 더 진실한 인간이 되길 원해
왜 가식적이게 고개 숙이길 반복해
눈치 보며 치부를 숨겨도
결국엔 밝혀져 경찰과 국정원이 감춰도
언제나 선배 선생 또 회사와 군대
갑과 을 같은 틀들이 눌러 날 땅바닥에
이제 흙을 털어내고 내 가치를 찾아내
가장 가치 있는 보석은 내 안에

내가
내가 돈을 만질 때면 꼭 손을 씻으라 하시네
내가 돈을 만질 때면 꼭 손을 씻으라 하시네
내가 갈 길을 비춰주길
이 길을 걸어갈 힘을 실어주길
언젠가 돌아갈 초심을 지켜주길
비네
비네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 포도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 열매 그치고 논밭에 식물이 없어도

날 구원해 주소서
날 구원해 주소서
날 구원해 주소서
날 구원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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