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에 얼굴이 따가워
다 잊었다 싶으면 또 겨울이 와
일부러 맘에도 없는 소개팅도 하고
조금은 달라 보이고 싶어
입지도 않을 것 같은
옷을 사고 잘 안 하던 화장에
이름도 모를 향수에 나를 한껏 꾸몄어
널 마주칠 까봐
잘 안 가던 홍대에 그 거리 마저
이제 더는 피하고 싶지 않아
겨울이 오면 내 바보 같던 지난 날들이
눈이 오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던 날에
난 있어
길을 잃은 아이처럼
아직도 난 여기에 난 있어
버릇처럼 말해 겨울이 싫다고
영원히 겨울이 없는 곳에 살고 싶다고
이 겨울만 지나면 끝날 거라고
더 이상 아파하지도 않고
눈물도 없다고
겨울이 오면 내 바보 같던 지난 날들이
눈이 오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던 날에
난 있어
길을 잃은 아이 처럼
아직도 난 여기에 난 있어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이 겨울 가기만
이 추운 날이 가기만 난
겨울이 오면 내 바보 같던 지난 날들이
눈이 오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던 날에
난 있어
길을 잃은 아이 처럼
아직도 난 여기에 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