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엔가 산을 오르다 자연스럽게 너를 부르다
메아리도 없어 텅 빈 언덕에서 머쓱해 진 나를 보지
너는 나를 또 하나의 숲이라 했지
너는 나를 또 하나의 두꺼운 책이라 했지
너는 나를 알아 가며 지 내온 시간들을
함께 만든 모래성이라 했지
숨이 차고 땀이 나서 한 켠에 앉아 숨을 고르다
지나가는 이 없어 적막한 숲 속에
머물다 가는 바람만이 날 어루만져
너는 나를 또 하나의 숲이라 했지
너는 나를 또 하나의 두꺼운 책이라 했지
너는 나를 알아 가며 지 내온 시간들을
함께 만든 모래성이라 했지
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성도 조금씩 무너져 가
손을 댈수록 점점 점점 사라져 가
너는 나를 또 하나의 가시라 했지
너는 나를 또 하나의 지겨운 책이라 했지
너는 나를 알아 가며 지내 온 시간들을
내가 만든 사막이라 했지
어느 날엔가 산을 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