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랜 낡은 수첩 빛 바래진 종이 위에
분홍 글씨 그대 이름 내게 남아선 안 되는
그 뒷모습 따라가 보는 엄마 잃은 아이처럼
그대 손을 놓쳐 버린
그 거리를 나 기억 못하네
많은 시간이 흘러서
우리 살아가는 작은 세상 몇 바퀴를 돌아
그대가 내 삶의 시작이었다는
뒤늦은 고백도 갈 곳이 없네
어쩌면 어김없이 지나는 가을 그 긴 옷자락
가려지는 슬픈 얼굴 서로 서로 비밀이 되가네
혹시 시간이 지쳐서
우리 살아가는 동안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대가 내 삶의 끝이 돼 주기를
바라는 내 사랑 보여주겠네
먼 옛날 눈물로 지새던 밤
그대 기억도 못할 약속 가슴에 남아
혹시 시간이 흘러도
우리 살아있는 동안 다신 볼 수 없다 해도
그대의 태양이 다 지고 없을 때
말없이 찾아가 꽃이 되겠네
내 사랑 영원히 잠드는 잔디 위에
꽃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