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요 (시인: 한용운)

장유진

♣ 알 수 없어요

- 한 용운   시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국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길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 놀은 누구의 시 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절대자는 자연의 여러 현상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며. 끊임없이 구도하는 자세로 그 절대자를 향해 신앙을 불태우겠다고 노래 하고 있다. 설의법을 사용해서 절대자의 모습을 신비롭게 하는 효과와 각운을 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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