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 (시인: 김광균)

정희선

♣ 추일서정

- 김 광균  시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그러진
도룬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홀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에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 가을의 쓸쓸한 분위기를 시각적 이미지를 빙어 그림처럼 그린 시로서 낙엽을 보면서 폴      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를 연상하는 이미지 제시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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