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일기

키비(Kebee)

(후렴)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실은 난 이른 아침, 누군가의 목소리에 이불안에서 빠져나온 기억이 거의 없어
누군가 내게 간단한 아침을 해준다거나
술기운에 잠들었던
속 쓰린 내게 기운 내라며 북엇국을 내주는 달콤한 상상
(그 발칙한 착각!) 뭐 이쯤은 괜찮잖아!?
음악을 더 높이며, 잠들기 전 미명
그 혼자라는 기분이 모두 사라지길 빌며
오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수렁 안으로 빠지는 기분
계속 혼잣말만 늘어나
오오 그럼 난 이제 어떡해
앞으로 남은 삶도 역시 혼자 살아가는 방식으로 그려가?

(후렴)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하루 씩 꼬박꼬박 쌀을 씻고, 밥 해먹는 것 잊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음.. 귀찮은데 이따 밖에서 사 먹지!
몇 시간 째 굶고 있다 괜시리 사무치는 당신의 노랫말
오.. 그만그만
이제 딱 그 만큼만
이런 전화에 난 자꾸만 하품만 할뿐야
실은 안 보이는 당신께 나의 아픈 마음을 감추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구
홀로 앉은 밥상에 내 머리를 숙인 채
숟가락을 드는 건 사실 좀 끔찍해
노래라도 불러봤으면 좋겠어.
밀려드는 쓸쓸함을 쫓기 위해서
말없이 뜨는 상위의 은색 밥그릇
그리고 재빨리 불을 꺼 좁은 부엌의 불을..

이런 날 위해 끓여낸 된장찌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잘 간직해 (x4)

(후렴) 헝클어진 이불은 그대로
설거지 거리는 어제보다 두 배로
어지간히 먼지 쌓인 방구석을 보고 있는 것 만해도 상당히 괴로워

거의 한 달 만에 올라가 본 옥상은 여전히 화창하네.
물 먹지 못해 메마른 꽃들 그리고 작은 가지나무
짙은 갈색 화분들이 늘어선 기와 끝으로
하나도 꾸밀게 없는 옥상의 풍경
파란색 물뿌리개의 손잡일 구부려
깃털 같은 눈보다 (바람 부는 하늘보다)
여기 훨씬 아름답게 흩날리는 물보라
제각기 다른 화분에서 살아가는,
그래서 나와 같은 고독함을 아는
그들의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래
서로의 줄기에 기댄 광경을 한참
몰래 지켜보다 새삼스레 뭔갈 깨달아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산다고.
게다가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
내가 너와 같은 건
우린 각자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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