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ANDS ARE DIRTY

oddeen
앨범 : GREEDIARY
작사 : oddeen
작곡 : oddeen
편곡 : oddeen
는데, 내가 바라던 본질이 흐려질 땐 아마도,
내가 3일 밥을 굶거나, 돈 때문에 약속을 취소하거나,
알바천국 세 시간 뒤져보고 스크랩만 몇 개 해보더니
시도하지 못할 때 인 것 같다.
나는 항상 내가 돈을 원했다면 이렇게 안했을거라고 하지만, 당장 돈이 없어 친구한테 빌린 돈이 내겐 큰 빚이 될 때, 당장 밥을 못 먹어서 애인한테 달려갈 때, 당장 작업실비 낼 돈이 없어서 아빠가 전당포에 물건들을 맡길 때, 과연 나의 본질로만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2020년 8월 4일 오전 8시 40분
때로는 무계획의 융통성이 필요할 때가 온다.
본디 완벽하지 않은 존재들이 계획 없이 태어나 사는게 인생인데, 우린 시간을 인식한 순간 부터 계획에 쫓기듯 살고 싶어하는듯 하다. 우리가 인식한 시간은 우리의 것이 아니기에 쫓기며 사는 것은 우리의 이해일 뿐이다. 계획 없이 사는 중에 갖가지 임기응변으로 연명하며 사는게 우리이고, 그건 그 누구보다 자신이 더욱 잘 알고 있다.
방법은 다양하나 내가 바라는건 계획이 목표의 결과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다. 나의 계획이 목표를 흐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때로는 무계획의 융통성이 필요할 때가 온다. 아니 어쩌면 융통성으로 살아가기에 계획으로 지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의 부담은 내가 내려놓고 살아야 한다. 융통성 있게 살자.
2020년 8월 15일 오후 8시 29분
비가 온 아스팔트 바닥과 조용한 광화문 광장이 좋은데, 어느 순간부터 광화문 거리에서 차분함을 찾기 어려워졌다. 끊이지 않고 내린 비에 길 바닥이야 반짝반짝 빛이 나지만, 그 위를 헤집는 사람들은 슬그머니 걸어나와 순식간에 거리를 어지럽히고 사라진다. 전염병을 목적으로 퀴어 축제와 행진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누굴 위해 거리로 몰려 들었을까? 무지와 혐오는 눅눅한 바닥 위로 아주 무겁고 두텁게 깔려간다.
2020년 9월 2일 오후 7시 19분
현재에서 어설프게 배풀던 관용이 후에 얼마나 커다란 위협이 되는지 현재를 사는 우린 추측만 하며 살지만, 역사는 남았기에 되짚어 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 8월 23일 오후 6시 48분
지붕 아래 돌멩이가 있다. 이리저리 굴러 내리기도, 떨어지기도, 흘러 가기도, 실려 가기도 했다. 흠집이 나고 쪼개지기도 하면서 지금은 주먹 만한 돌맹이가 됐다. 길 위 보단 길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돌맹이를 찾았을 땐, 그렇게 지나온 흔적을 알 수 없다. 그냥 지붕 아래 돌멩이가 있다. 그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알지도 못하는 사연을 읊어 나갔다. 이 돌맹이는 나의 공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순탄한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간간히 비가 왔다. 지붕 아래 돌멩이는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떨어지는 빗방울을 온 몸으로 받아 낸다. 한 방울 씩 천천히 그 위로 떨어진다. 한번 패이고, 떨어져 나간 조각을 덧붙힌다고 티가 나지 않을리가. 되려 날릴건 날리며 둥글게 다지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 유난히 뾰족하게 느껴진다.
2023년 5월 3일 오후 11시 16분
최근 사진첩을 보니 죄다 캡쳐 된 이미지들만 있더라. 요즘 갑자기 생긴 문제들 덕분에 별일 없이도 정신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돌아 다녔다 한들, 풍경 사진 찍은게 한개도 없다. 전에는 하늘이라도 찍었는데 요즘은 바닥만 보고 걷나보다. 한숨이 늘었고 피곤이 쉽다. 이 글이 적히기 까지도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찾아주는 친구들은 언제나 감사하다. 그럼에도 내 사진첩에는 캡쳐된 화면 뿐이다.
2023년 11월 28일 오전 11시 23분
쓰다만 편지엔 아직 이름도 적혀있지 않다. 전하고 싶은 말도 정리되지 않았다. 마음만 덩그러니 남겨진 글씨들은 두서 없지만 솔직한 말을 뱉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미안해서 마무리 짓지 못했는지 아쉽다. 뭐가 그렇게 겁나서 도망다니는지 부끄럽다. 고개를 뒤로 젖혀 가늘게 뜬 눈으로 스쳐가듯 보인 것들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오랜만에 메모장을 열어 글을 적었다. 자기연민이 두터운 나의 성깔은 어딜가도 변하지 않는듯 하다. 가벼운 말이 날아다니는게 일상이던 나는, 무거운 말을 전하려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본다. 날이 많이 춥다. 내 말은 더욱 가라앉는다.
2024년 11월 9일 오전 7시 34분
일기처럼 적었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띄엄띄엄 잘도 적어 나갔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주제는 아마 솔직함과 그에 따른 인과응보에 관한 것일까. 부끄러웠다면 하지 않았을 일이 너무 많아졌고, 다시 줏어 담을 수 없는 지금은 앞으로 떠진 눈을 쉽게 감지 않는것뿐. 사실 정말 두려운건 내가 타인에게 잊혀지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또 적고, 풀어내기 바쁘다. 다시 나를 찾을 이유가 있는 사람이고 싶다. 나도 나를 또 찾아보고 싶은 그런 사람.
2024년 12월 12일 오전 6시 24분
내가 더 아프면 어쩌지. 내가 더 표현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살아있다는건 새벽 찬 바람이 불어 발 끝이 따갑거나,
너무 뜨거운 마음이 목젖까지 꽉 막아
온기가 머리 속 가득 차는 것들을 알고 있다는 것 일수도 있다.
민감하게 반응하던 것들이 무뎌져 표현하기를
포기할때 죽어있는 것일수도 있다.
살고 싶다. 살아있고 싶다.
12월 15일 오후 8시 58분
방금 2018년 부터 가장 최근까지 일기처럼 적었던
글을 녹음을 끝냈다. 이제 곧 있으면 2024년도 끝이 난다.
어떻게 살긴 살았다. 내 나름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하기도 했고.
별개로는 진짜 죽을 것 같기도 했고.
앞으로도 더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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