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진 않아
너도 그래? 나도 그래… 우린 사랑한 게 아니었나 봐
눈 뜨자마자 멍해 생각 없이 물 한잔 마시고 창문도 활짝 열지
아침이구나 평소와 다름없는 특별할게 없는 그런 하루구나
아무거나 대충 먹고 아무거나 주워 입고 나가야지 오늘도 살아야지
다 그렇게 사는 거지 어차피 사람 인연 잡는다고 잡혀지는 게 아니니까
정신없이 아침을 보내고 뭐라도 먹어야지 조금은 힘내야지 별일 없는 것처럼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남의 눈이 뭐라고 이렇게 예민해
변한 건 하나도 없는데 좀 쓸쓸한 것 같기도
나도 사람인가 봐 홀가분한 것 같기도
일상 속에 녹아있던 한 사람 그 한 사람 없다고 뭐 달라지겠어
며칠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진 않아
너도 그래? 나도 그래... 우린 사랑한 게 아니었나 봐
사계절을 함께 보낸 우리였지 일주일을 매일 만난 우리였지
그게 뭐 중요한 게 아니더라 함께 보낸 시간 따위 의미 없더라
정리할게 많아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신경 쓸게 많아
함께일 때 보다 생각할게 더 많아 왜 그렇게 피곤하게 살아
만날 사람 생각보다 별로 없다는 거 알지 혼자란 거 잘 알지
하고 싶었던 건 많았는데 하나도 기억 안나 뭐라도 해봐야지
근데 우리 헤어진 게 벌써 이렇게나 됐네 시간이 나만 두고 가나 봐
어쩌겠어 그때나 지금이나 준비된 게 하나 없지
며칠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많이 힘들진 않아
너도 그래? 나도 그래... 우린 사랑한 게 아니었나 봐
정신없이 지내보니 어둑해지고 혼자만의 일상이 더 익숙해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위태로운 세상이라 그런가 봐
내가 못났던 게 아닐까 조금은 모났던 게 아닐까 아무렇지 않다면 다 거짓말이지
어떻게 아무렇지 않겠어 나도 사람인데 어쩔 수 없는 거지
언제부터 누구부터 잘못된 게 뭐가 중요해 그냥 끝난 거지 딱 거기까진 거지
넘을 수 없는 서로 다름을 인정한 거지
사는 게 그런가 봐 죽을 만큼 많이 아프진 않아
나만 이래? 다들 이래?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안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