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바다포도전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8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서랍에 있는 포대에서 밀가루를
한 컵 퍼냅니다. 민물바다포도와
밀가루, 물을 섞어 반죽을 만들어
한쪽에 밀어두고, 비밀 간장에
달여주를 아주 잘게 썰어 넣습니다.
그리고 겨울 레몬을 조금 짜서
간장에 섞어 줍니다. 소스는
완성이군요. 이제 반죽만 부치면 됩니다.
냅킨을 집어 입가를 벅벅 닦아낸
녀석이 벌컥벌컥 물을 마십니다.
일단은 녀석의 화를 조금 가라앉히는 게
좋겠습니다.
“어쨌든 체인점을 냈다니
축하해. 손님이 많다니 다행이군.”
짜증스러운 얼굴로 저를 노려보던
녀석이 한숨을 내쉽니다.
“당연하지. 우리 가게에 손님이
끊일 일은 없다고.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잘라내고 싶은 가장자리들이
가득하니까.”
달궈진 팬 위에 반죽을 붓자
지글지글 전이 부쳐지는 소리와
고소한 기름 냄새가 식당에 가득 찹니다.
민물바다포도가
뜨거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톡톡 터집니다. 구우면 비린내는
한결 가시고 은은한 바다의 향기만
남아 있을 겁니다. 감칠맛이
가득하니 소금도 조미료도 필요 없죠.
이제 전을 뒤집을 시간입니다.
하나, 둘-
“그래서 말인데…”
“거절하겠네.”
셋!
허공으로 날아오른 반죽이
다시 기름으로 코팅된
팬 위에 착- 내려앉습니다.
“아직 내 말 듣지도 않았잖아!”
“들어봐야 뻔하지.”
눈에 쌍심지를 켠 녀석의 얼굴을
본 척 만 척 저는 전의 가장자리를
바싹하게 굽는 데 심혈을 기울입니다.
“내가 무슨 얘길 할 줄 알고!”
“그걸 꼭 귀로 들어야 알까.”
씩씩거리는 소리가 꼭
뜸 들이기 전의 밥솥 같습니다.
“말해봐, 그럼!”
거의 다 익었군요. 완벽합니다.
“내가 무슨 얘길 하려고
했는지 말해보라고!”
“동업.”
녀석의 동공이 흔들립니다.
“어떻게 알았어?”
이번에는 제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미용실 한쪽에 자리를 내 줄 테니
동업을 하자고 말하려고 했겠지.
어차피 머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사람들이 배고파할 거고,
미용실에 오는 손님들은 기본적으로
수다를 많이 떠니까 꿩 먹고
알 먹고 아니냐고. 그렇게
기억을 잘라주고 특별한 요리까지
먹을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
우리는 떼돈이 아니라 떼기억,
떼이야기를 벌 거라고. 비율은
6대 4, 물론 네 쪽이 6.”
“아니 그걸 어떻게….”
숨 쉴 틈 없이 말하는
저를 홀린 듯이 바라보는
녀석을 노려보며 읊조립니다.
“사람들 기억만 붙일 게 아니라
본인 기억이나 잘 붙이고 다니지 그래?”
몇 년에 한 번씩 찾아와서 같은
소리를 해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습니까.
벌써 동업 하자는 말만
수십 번은 들었는데.
바삭하게 익은 전을 도마에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녀석이 중얼거립니다.
“너 생각보다 나한테 관심이
많았구나.”
“착각도 그 정도면 병이야.”
“그런 걸 다 기억하다니.”
“네가 아둔하다는 게 좀 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그렇게 날 특별하게 생각한다면
더더욱 우리의 동업은 추진되어야지.”
“내 말 듣고는 있는 거지?”
잘 익은 전을 칼로 썰어냅니다.
바삭바삭 군침 도는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우리가 동업을 하지 않는 건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크나큰 손실-.”
녀석의 입에 갓 구운 전 한 조각을
밀어 넣습니다. 쓸데없는 말은
음식으로 막는 게 가장 효과적이죠.
“앗뜨뜨!!”
얼굴이 시뻘게진 양이 입을
벌리고 손부채질을 합니다.
후후 뜨거운 입김을 불어대다
말고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가사 수정 / 삭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