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그린다 난 여태
떠오르는 건 그때
갔던 주점의 분위기
옆에 무서운 아저씨
미안하다 사과했었지
밤늦은 시간 그때
내 낡은 작업실에
와준 그대의 치마와
잘 맞지 않는 슬리퍼
알기엔 좀 성급했었지
한강이었지 그때
길 몇 번 잃었을 때
계단에 앉은 우리, 둘
물결에 비친 편의점
더할 나위 없다 했었지
예정에 없었었지
바다에 떠난 그때
유치한 모래 장난과
술 취해 치던 물장구
그때 나는 생각했었지
영화 속에 살고 있는 듯해
몰랐지 나는 그때
허리가 아프며 눈가가 시리는
마지막 때가 올 줄은
올라가는 크레딧
그냥 끝까지 앉아있자
비가 내리던 날에
많이도 오던 날에
너와 거닐던 성수와
그 보글보글 창문을
여태 나는 잊지 못하지
또 비가 오던 날에
더 많이 오던 날에
너가 놀러 온 내 동네
혼나고 있던 친한 형
그때 나는 생각했었지
영화 속에 살고 있는 듯해
몰랐지 나는 그때
허리가 아프며 눈가가 시리는
마지막 때가 올 줄은
올라가는 크레딧
우리 조금 천천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