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과업이다. 히드라를 죽이거라.”
히드라는 헤라클레스가 죽인 괴물 사자의 형제 괴물로,
머리가 아홉 개가 달린 커다란 뱀이었습니다.
아홉 개의 머리 중 가운데에 있는 머리는
절대 죽지 않는 머리였어요. 헤라클레스는
조카 이올라오스와 함께 히드라가 사는 숲으로 갔습니다.
히드라는 맹독을 가지고 있어 주변 나무들이 모두
독 때문에 메말라 있었습니다. 쉬익- 히드라가
빨간 혀를 내밀며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재빨리 히드라의 목 하나를 베었습니다.
시뻘건 피가 목에서 뿜어져 나왔습니다.
“아니.. 형님! 저것 좀 보세요!”
조카 이올라오스가 놀란 눈으로 히드라의 잘린 머리를
가리켰습니다. 헤라클레스도 깜짝 놀랐습니다.
히드라의 베어진 머리에서 새로운 두 개의 머리가
다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또 다른 머리
하나를 베었습니다. 그러자 그 머리에서도
두 개의 머리가 자라났습니다.
“형님, 이 일을 어찌한단 말입니까!
이러다간 베어도 베어도 머리만 늘어나겠습니다.”
이올라오스는 당황해서 횡설수설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차분히 말했습니다.
“이올라오스, 당장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
횃불을 만들어 오너라.”
이올라오스는 이유를 묻지도 않고 뛰어가서
불을 만들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독을 뿜으며 달려드는
히드라와 힘겹게 싸웠어요. 이올라오스가 불을 만들어오자
헤라클레스가 소리쳤습니다.
“자, 내가 히드라의 머리를 베면 그 자리를 불로 지지거라!
머리가 다시 자라나기 전에 불을 붙여야 한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목을 베고, 이올라오스는
그 자리에 횃불을 가져다 댔습니다. 머리가 잘려나가는
고통에 히드라는 더 사나워져 덤볐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여신 헤라가 집게발이 달린 커다란 게
카르키노스를 불렀습니다.
“카르키노스, 가서 불쌍한 히드라를 도와주어라.”
카르키노스는 곧장 땅으로 내려가 집게발로
헤라클레스의 발뒤꿈치를 꼬집었습니다.
“아야! 이건 또 뭐야!”
급박한 상태에서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게의 등껍질을 있는 힘껏 발로 밟았습니다.
게는 그 자리에서 부서져 버렸습니다.
“가여운 카르키노스..”
헤라는 게를 가엾게 여겨 사자자리 서쪽에 뜨는
게자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올라오스! 내 뒤에서 떨어지지 말거라!”
헤라클레스는 이올라오스를 보호하며 히드라와 싸웠습니다.
계속해서 머리를 베어나갔고, 이올라오스는 빠르게 머리를
지졌습니다. 이윽고, 히드라 몸 중앙에 있는
불멸의 머리만이 남아 헤라클레스를 향해 눈을 번뜩였어요.
그 머리는 베어지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어쩐다..”
헤라클레스는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히드라의 독 때문에
주변 나무는 다 죽고 커다란 바위산만이 살아남아
우뚝 솟아있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바위산을 번쩍
들어다 히드라의 마지막 머리를 깔아뭉갰습니다.
히드라의 머리는 그 바위 밑에서 영원히
꼼짝 못 하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