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 거리낌도 없이
마음대로 그냥 내키는 대로
무너졌던 모래성 꼭대기에
화려하게 넝쿨을 엮는 거야
새로 만나는 사람 있냐고
집요하게 묻는 친구들아
캐내기 좀 멈춰
연애 생각 없단 사람에게
딱하다는 핀잔도 이제 좀 그만해
일단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하고 싶어
아픈 날의 기억은
언젠가로 미뤄두고 싶어
느긋하게 거리낌도 없이
마음대로 그냥 내키는 대로
무너졌던 모래성 꼭대기에
화려하게 넝쿨을 엮는 거야
요즘같이 날씨 좋은 날엔
방구석에 묻히면 안 되지
당분간은 없어
동네 산책하면 그만인 걸
움츠리던 거울 속 우울한 난 없어
가끔 네 생각 나면
잘 지낼지 나는 두렵지만
다시 잊으려고 애써
모든 게 다 추억이 될 테니
느긋하게 거리낌도 없이
마음대로 그냥 내키는 대로
무너졌던 모래성 꼭대기에
화려하게 넝쿨을 엮는 거야
따뜻했던 숨결을
다정했던 말투를
선명했던 고백을
사랑했던 이유를
미워했던 선택을
슬퍼했던 거리
미련한 새벽을 먹먹한 공기를
조금만 모른 척할 거야
모른 척할래
오늘의 싱거운 나에게
더 눈치를 볼래
그러다 기억이 뒤엉킨 어느 날 다시금 곱씹어 볼 예정이야
그땐 아마도 덜 아파할 것만 같아서 말인데 내버려 둘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