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게 다 뭐죠?”
“오늘 남은 재료들입니다.”
“이걸 왜….”
“가정식 백반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
인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스를 내려다봐요. 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와요.
“만드는 법은 간단합니다.
좋은 재료들을 망치지 않도록 삶거나
구워서 따뜻한 밥과 함께 상에 올리면
그만이죠. 물론 제가 만든 것처럼
훌륭한 향과 감칠맛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글쎄요. 직접 만들어보면
그리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지도.”
“직접… 만든다고요?”
“조리법은 여기 있습니다.”
대장은 상자 속에 종이를 팔랑
집어넣었어요. 인간은 심각한
얼굴로 상자 안을 내려다보았죠.
“가지고 가서 직접 해보시죠.”
“맞아요!”
대장의 말에 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상자를 가리켰어요.
사실 숲고등어를 굽는 건 알바생인
나도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일이라고요.
할머니가 해줄 땐 몰랐지만
나도 제법 생선을 굽는데
소질이 있었어요. 인간도
그럴지 모를 일이죠.
좋은 생각이 났어요.
“세 번째 날 직접 만든 백반을
먹어보고 함께 살지 말지
결정하겠어요!”
인간은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봤어요. 나는 입구로
달려가 문 앞에서 바깥을
향해 손짓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그만 가세요!”
뭔가 할 말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나는 더 들을 생각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일들도 있는 거거든요.
지금 당장 우리가
더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단
인간이 다음에 어떤 얼굴로
어떤 눈빛으로 다시 나를 만나러 오는지
그게 훨씬 더 중요해요.
세 번째 만날 땐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가족 비슷한 것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그런 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말했잖아요. 전 고양이라구요.
조리대로 돌아간
대장이 슬리퍼 하나를 들고 와
인간 앞에 내려놓았어요.
부러진 구두를 신고 절뚝거리던
인간이 멋쩍은 듯 슬리퍼를
갈아신었어요.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는 사라지고
탈탈탈 슬리퍼 소리가 이어졌어요.
문을 나서던 인간이 문득
나를 돌아보며 말했어요.
“네가 할머니와 함께 살던 방이
아직 비어있어. 원한다면
그 방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어.”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 섰어요.
아직 같이 살기로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릴 하는 걸까요.
벌써 내가 결정을 하기라도 한 것처럼,
저런 말을 하면 점수를
더 얻기라도 할 것처럼.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습니다.”
대장의 말에 나는
얼른 꼬리를 내렸어요.
고양이의 꼬리가 바짝 서는 건
기분이 좋을 때나 있는 일이거든요.
가끔 내 꼬리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요.
“다음에 얘기하도록 해요!”
나는 힘차게 대답을 했어요.
인간은 고개를 끄덕이며
상자를 안고 골목으로
총총총 걸어갔어요.
들어올 때와 달리 묘하게
가벼워진 발걸음을 바라보며
나는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매일 가게 문을 닫을 때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들떴었는데,
오늘은 뭔갈 먹기보단 해가 뜨기
전 골목을 마음껏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