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무성하고 푸른 숲에
영리하고 지략이 뛰어난 여우가 살고 있었습니다.
여우의 이름은 맥스였어요. 맥스는 작은 몸집으로도
커다란 호랑이를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똑똑했습니다.
맥스는 숲속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일 먼저 나서서
해결하곤 했어요. 숲속 동물 친구들은 모두
맥스를 좋아했습니다.
“맥스는 우리 숲속 최고의 똑똑이야!”
그런 맥스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어요.
똑하기로 소문난 맥스를 잡으러 마을 사냥꾼 모두가
총출동한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냥꾼들은
그물과 덫, 화살같이 무시무시한 무기를 집어 들고
숲속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그 여우를 잡아다가 아주 비싸게 팔자고.”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여우라고
소문이 났던데 우린 아주 떼부자가 될 거야.”
사냥꾼들은 낄낄대며 숲을 헤집어 놨습니다.
발걸음마다 꽃을 밟고 나뭇가지를 꺾어
숲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하늘에서 그 모습을 제일 먼저 목격한 새들이
숲속 동물들에게 빠르게 날아가 소식을 전했습니다.
“도망가! 도망가! 사냥꾼들이 공격해온다!”
새들의 긴박한 소식이 금세 숲속에 퍼졌습니다.
동물들이 모여서 수군수군 말했어요.
“큰일 났어, 사냥꾼들이 온 숲을 다 밟을 건가 봐.”
“여기에 있다가는 큰일 나고 말겠어. 얼른 자리를 피하자.”
너도나도 숲을 떠나려고 하는 모습을 보자 맥스는 화가 났어요.
“아니, 우리가 사는 숲인데 왜 우리가 도망가야 해!”
맥스는 동물들이 도망가고 있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갔습니다.
“맥스! 돌아와! 위험해!”
친구들은 안타깝게 맥스를 불렀지만 맥스는
빠르게 멀어졌습니다. 동물들은 그런 맥스를 두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요. 맥스는 빠르게 달렸습니다.
똑똑할 뿐 아니라 날쌔기까지 했던 맥스는
금방 사냥꾼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사냥꾼들은 여기저기에 덫을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설치된 덫이 금방이라도 맥스를 잡아먹을 듯이
날카롭게 빛났습니다.
“여기도 설치하고, 저기도 설치해.”
사냥꾼들의 음흉한 미소는 맥스를 더욱 화나게 만들었어요.
이때, 사냥꾼들이 맥스를 발견했습니다.
나무 위에서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사냥꾼들은 맥스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잡아라! 저 여우다!”
사냥꾼들은 곧장 화살을 쏘며 맥스를 잡으려고 뛰어왔어요.
“흥, 어림도 없지.”
맥스는 요리조리 화살을 피해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눈 감고도 달릴 수 있을 만큼 익숙했던 숲길이라
맥스는 발 빠르게 덤불 속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그새 사라지다니! 역시 똑똑한 여우답군그래.”
사냥꾼들은 두리번거리며 맥스를 찾았습니다.
맥스는 덤불 속에 숨어서 자신을 찾는 사냥꾼들을 지켜봤습니다.
그런 맥스의 귀에 간절하고 작은 외침이 들려왔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맥스는 희미한 외침을 조심조심 따라갔어요.
그 소리는 바로 사냥꾼들의 그물에 걸린 토끼가
슬프게 외치는 구조 요청이었어요.
맥스는 속상해서 물었습니다.
“왜 다 같이 도망가지 않고 여기에 갇혀 있어?”
“사냥꾼들이 온 줄 몰랐어.. 잠시 풀을 뜯으러
강가에 나가 있었거든. 맥스, 날 좀 도와줘.”
맥스는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나도 안 잡히고
토끼도 풀어줄 수 있을까? 사냥꾼들이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려 맥스의 마음도 급해졌어요.
맥스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었어요.
그물을 살펴보던 맥스의 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토끼야, 여길 봐 여기!”
낡은 그물의 끝이 약간 찢어져 있었습니다.
사냥꾼이 오래 쓴 그물이었던 모양입니다.
맥스는 그물의 낡은 부분을 가리키며 토끼에게 말했습니다.
“여기를 계속 갉아! 너라면 끊을 수 있을 거야!”
그때, 사냥꾼들이 토끼와 맥스를 발견했습니다.
“찾았다! 그 여우를 찾았어! 그물에 토끼도 잡혔어!”
맥스가 토끼에게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내가 사냥꾼들을 유인할 테니까 그물 끊는 걸 멈추지 마!”
맥스는 토끼를 그대로 두고 사냥꾼들이 보이는 곳으로
뛰어갔습니다. 사냥꾼들은 잡혀있는 토끼를 내버려 두고
맥스를 쫓았습니다.
“토끼는 어차피 그물에 갇혀 있으니
나중에 잡으러 오고 저 여우를 먼저 잡자!”
혼자 남은 토끼는 맥스의 말을 기억하고
더 열심히 그물을 갉았습니다.
반쯤 끊어져 있었던 그물은 금방 끊겼어요.
토끼는 그물 사이로 빠져나와 멀리 달아났습니다.
한편, 맥스는 사냥꾼들에게 쫓기고 있었어요.
강가에 도착한 맥스는 강을 가로지르고 있던
큰 통나무를 밟고 강을 건넜습니다.
사냥꾼들도 의심 없이 맥스를 따라 통나무 위로 뛰어올라왔어요.
“이렇게 굵은 통나무는 우리도 건널 수 있어!
저 여우를 놓치면 안 돼.”
사냥꾼들이 통나무 다리를 반쯤 건너왔을 때였습니다.
우지끈- 소리가 나더니 통나무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말았습니다.
“으악!”
그 통나무는 겉만 단단해 보이고 속은 썩은
오래된 통나무였습니다. 맥스는 가볍고 빨라
그 통나무 다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었지만 무거운 사냥꾼들이
여럿 올라가니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부서진 것이었어요.
비가 와서 평소보다 더 세차게 흐르고 있던 강물은
못된 사냥꾼들을 그대로 삼켜버렸습니다.
사냥꾼들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맥스는 그제야 미소 지었습니다.
“우리 숲을 되찾았다! 맥스 만세!”
다시 숲을 찾은 동물 친구들은 숲속의 영웅 맥스를 위해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답니다.